머스크는 왜 울트먼을 고소했나

 테크 산업의 핵심이자 미래로 자리 잡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권력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넷·모바일, 전기차 등이 주도하던 테크 산업을 AI가 블랙홀처럼 모두 빨아들이자 권력을 잡으려는 쪽과, 이를 막으려는 쪽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오픈AI를 고소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전장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다. 오픈AI 공동 창립자였던 머스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인류의 이익을 위한 AI를 개발한다”는 사명을 저버렸기 때문에 응징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선 이번 소송이 AI 시장에서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머스크의 다급함이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전기차·우주기술·뇌과학 등 유망 첨단 기술 분야를 장악한 ‘테크 권력’의 상징이다.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지금까지 진출한 대부분 사업 분야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AI 시장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머스크는 오픈AI 설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났다. 이후 머스크가 추진한 AI 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와 손잡고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머스크 대 만인(everyone): AI 시대의 새로운 투쟁’이라는 기사에서 “머스크는 자신의 라이벌을 근본적으로 결함투성이에다 가치가 없는 사람들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올트먼과의 질긴 악연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35페이지 분량의 소장을 제출했다. 머스크는 오픈AI에 자신의 투자금 반환과 오픈AI가 개발한 기술을 모두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소장에는 머스크와 올트먼이 인간을 뛰어넘는 범용인공지능(AGI) 출현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며 비영리 법인 오픈AI를 설립한 과정, 오픈AI의 영리 목적 전환을 두고 불거진 두 사람의 갈등 등이 자세하게 담겼다. 소장에 따르면 머스크는 오픈AI에 4400만달러(약 588억원)를 투자했다. 또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에 맞서기 위해 오픈AI의 최고 과학자이자 챗GPT 개발의 주역인 일리야 수츠케버를 구글에서 빼온 것도 머스크였다. 머스크가 오픈AI 탄생과 성장에서 자신이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오픈AI 출범 당시 오픈AI가 인류에 이익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필요한 자금은 머스크가 대고, 오픈AI 과학자들은 자유롭게 연구를 하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올트먼이 오픈AI로 돈을 벌려고 하면서 두 사람은 완전히 틀어졌다. 소장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트먼에게 “나가서 직접 회사를 차려라. 오픈AI가 비영리단체로 남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재정적 지원은 없다”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의 손을 들어줬고 머스크는 2018년 2월 오픈AI와 결별했다. 오픈AI는 2019년 올트먼의 뜻대로 영리법인을 설립했고 3년 만에 챗GPT를 출시했다.

머스크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 역시 오픈AI AI 기술을 테슬라 등 자신의 기업에 활용하며 수익을 내려 했다는 것이다. 사명을 저버렸다는 주장도 ‘내가 하지 못한 것을 남이 하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머스크의 소송은 자신이 오픈AI와 연결점이 없어졌다는 점에 대한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구글·MS에도 ‘딴지 걸기’

WSJ는 “머스크는 오픈AI에 소송을 걸기 전 구글과 MS를 헐뜯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 기업들이 AI 시장의 지배자로 자리를 굳히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최근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는 이미지를 생성했다는 문제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그는 또 최근 구매한 노트북에서 MS의 계정을 만들라는 요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계정을 만들 수밖에 없는데, 이는 MS AI에 내 계정에 대한 접근권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머스크는 이와 관련해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X 계정에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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