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젤리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현지 씨(30·가명)는 잠이 오지 않을 때 '수면젤리'를 먹는다.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기는 부담스러웠다는 김씨는 처방전 없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수면젤리를 선택했다. 김씨는 해외 직접구매로 수면젤리를 사 가족과 지인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그는 "잠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거나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필요할 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밤에 잠들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늘면서 수면젤리와 같은 검증되지 않은 보조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병원에 직접 가서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해외 직구 등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젤리형 제품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수면 보조효과가 없는 일반식품임에도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광고해 판매하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9일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수면젤리'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한 해외 제품은 소비자 리뷰가 수백 건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젤리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능성 항목'에 '해당 없음' 표기가 돼 있지만 "수면이 부족한 자들을 위한 딥슬립 프로젝트"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효과가 좋은 수면 보조제품처럼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리뷰도 있지만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 기분 탓인 것 같다' '아주 좋은지는 모르겠다'와 같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식약처가 2022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거래되는 수면 보조 관련 제품은 당시 네이버쇼핑 한 곳 기준으로만 약 30만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수면 보조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학생, 직장인, 갱년기 여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직군과 연령대에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장인 신 모씨(29)는 "최근 잠에 든 뒤 두 시간 간격으로 깨는 것을 반복하고 있어 피로감이 쌓인다"며 "증상이 심하지는 않아 수면젤리나 수면 보조음료 등을 자주 검색하고 있지만 제품 성분 등이 의심스러워 당장 구매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2018년 약 85만5000명에서 2022년 약 109만8800명으로 4년 새 28% 늘어났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수면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10년 새 6배 이상 성장했다.
문제는 식약처에서 인증을 받지 않아 일반 소비자가 그 성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품들도 뒤섞여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제품군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며 허위광고 등으로 적발돼 조치되는 경우가 최근에도 있었다"며 "오는 5월에는 각 지자체와 수면 보조제품에 대한 합동 점검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2년 말 집중점검을 하고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제품 233건을 적발해 게시물 차단과 행정처분 요청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작용이 클 수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면유도용제품으로 광고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제품은 "수면 유도 효과가 있는 멜라토닌이 함유됐다"고 광고하고 있는데, 식약처에 따르면 멜라토닌 성분은 수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식약처에서도 허위광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판매되는 제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수천 가지가 넘는 제품을 단속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면 보조제품 구매를 원할 경우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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